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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를 읽은후에 (스포주의)

by busyguy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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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 제목이 무언가를 비유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했지만 정말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가장 사실적이고 담백한 제목이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유튜브 썸네일이나 제목 같다는 느낌도 지워지지 않아서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

 

최재천 교수님이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연하는 영상을 본적이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과학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때 글쓰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책이 정말 그러하다.

물고기를 분류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은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이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지나가는 뉴스에서 이내용을 보았더라도 깊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신기하네'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물고기를 분류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 하나를 알려주며 나를 너무 신나게 했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이전의 과학자들이 물고기를 잘못 분류했었던 것에 대한 룰루밀러의 감상이다. 위로와 냉정함을 안고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두 번째 읽을 때에는 뒤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채로 읽어서인지 룰루밀러라는 사람에게 내내 감탄을 했다.

처음 읽을 때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를 너무 치켜세워주는 것이 아닌가, 물론 대단한 일을 하였지만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에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여서 지루한 부분도 짜릿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특히 룰루밀러의 표현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나는 아이에게 꼬리를 붙들려 카펫 위로 ‘끌려가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진화론자들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우주가 손목 관절을 우두둑 꺾으며 공기 중에 숨어 있던 이온들의 작은 주머니들을 터뜨리고, 벼락으로 전신선을 때려" 같은 표현말이다.

'우주가 손목관절을 우두둑 꺾으며 공기 중에 숨어있던 이온들의 작은 주머니들을 터뜨린다는 것'은 벼락이 치는 것을 룰루밀러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너무 과학적이며 아름다운 표현이 아닌가.

 

앞으로도 과학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코스모스'를 읽다가 포기했으며 여러 시도들을 했지만 어렴풋이 아는 것이라고는 조금의 '빅뱅이론'과 아주 조금의 양자역학에 관학 지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진화론, 우생학, 물고기의 분류등 여러 과학적 지식이나 의견을 알게 되었고, 누군가가 가장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동안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룰루밀러가 다른 책을 집필한다면 금방 달라질 수 있겠다. 이 엄청난 이야기꾼의 책이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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